가족 모두를 뒤로하고 혼자 중미산휴양림 야영데크에서 시간과 자연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다.
오는 내내 이정표가 하나도 없어서 네비가 아니었으면 절대 찾아 올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매표소 입구에 중미산자연휴양림 이라는 눈꼽만한 이정도가 있어서 목적지에 다 온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홈페이지에서는 모두 예약으로 되어 있었으나 오후 4시 현재 나와 내 위에 한상만 들어선 상태이다. 이래서야 선진국으로 들어갈 수 있겠는가..
덕분에 라디오 볼륨도 높이고, 시원한 사이다한잔 하면서 책을 읽는 재미는 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재미일 것이다.
중미산은 잣나무가 유명하다더니 주변의 나무들이 모두 잣나무로 보인다. 나무라고는 잣나무와 소나무 밖에 모르니 그럴만도 하다.
나무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재보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많이 크다. 2미터도 않되는 내 키보다는 확실히 크다.
여가를 즐기다 보니 마누라한테서 전화가 왔다. 내가 바람이라도 피우는가 싶어 걱정이었나보다. 주머니에는 돈도 없고, 잇몸은 부어서 맥주도 한잔 못할 정도로 부어 있는데, 이 몰골로 무슨 바람을 피겠는가. ㅎ
괜스리 용인에서 독서사진전을 하는데 나한테 독서하는 사진을 찍어오란다. 어떻게 독서하는 사진을 셀카로 찍는단 말인가. 그것도 작품이 되려면 뭔가 자연스러운 모습이어야 할 터인데, 셀카라니, ㅋ 그래도 이렇게 인증샷을 날려야만 마누라가 안심할 것 같아 사진을 찍어 MMS로 날려 보낸다. 좋은 세상이다. 애플에 감사해야 하나...
저녁이 되어 라면을 끓여 본다. 매번 혼자 먹는 라면은 고민이 많다. 2개를 끓이고 밥을 먹지 말까? 하나만 끓여서 밥을 말아 먹을까, 아니면 2개를 끓이고 밥도 말아 먹고나서 배를 두드리며 누워 있을까... 행복한 고민이다.
오늘은 라면 2개로 내 배와 합의를 봤다. 당근 밥은 먹지 못햇다.
밤이 되니 밤하늘의 별도 보이기 시작하고, 등불앞에는 이름 모를 곤충이 날아와 친구먹잔다.
텐트 안에서 봐도 될 책인데, 굳이 밖에서 읽고 있다. 밤 공기가 너무 좋아 들어가고 싶지가 않네.
가져간 책은 김승호씨가 쓴 "김밥파는 CEO"라는 책이다. 얼마 전 "좋은 아빠되기 좋은 엄마되기보다 쉽다" 라는 책을 읽었는데, 글을 얼마나 맛깔나게 쓰던지 이 사람의 책을 않읽어볼 수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잠이 오질 않아 나홀로 산책로를 돌아 본다.
카메라 배터리가 다 되서 밤하늘의 별을 담아오지 못해 못내 아쉽다. 마누라한테 자랑도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일부러 시계도 차고 가지 않고, 시간을 알고 싶지도 않아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중간 중간 춥고 침낭이 좁아서 잠이 깨곤 하였으나 잠은 정말 잘 잤다. 어디인들 잘 자지 못했겠냐 마는. 이점은 마누라와 나는 같은 점이 있다.
아침이 되어 일찍 라면하나 뚝딱 해치우고, 내가 좋아하는 텐트를 잘 말리기 시작한다.
햇빛을 찾아 후라이는 닦고 널고 뒤집고를 반복해 본다. 마누라를 이정도로 아끼지. ㅋ
다 말랐다고 생각이 들었을 즈음 잘 접어서 차에 모셔두고 산책을 떠난다. 생각보다 산책로의 경사는 완만하고 계곡도 깊지 않았고, 길이가 너무 짧아 운동의 느낌은 없고 그냥 공기를 마시는 느낌 정도?
가는 길에 백구 한마리가 제 아비를 본 듯 기쁘게 날뛰며 내 등산복에 흙을 뭍혀가며 나를 따라와 꼬리를 흔든다. 이놈 참...
한 20여분 겉다보니 성경에 나오는 쉴만한 물가가 나온다. 계곡소리와 물 그리고 밴치가 휴대폰을 꺼내게 만든다.
옆에는 밴치가 다소곳하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담배 한대를 땡기게 하는 밴치다.
제대로된 카메라를 가져갔더라면 더 좋은 그림을 올릴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폰이 제아무리 화질이 좋다고 하지만 캐논만 하겠는가.
처음 가보는 솔캠이지만 조용한 산속에서 주변의 사람들도 거의 없어 방해받을 일도 없었고, 책읽고 명상을 즐기기에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고 하지 않던가. 이렇게 마음을 편안하게 하니 몸도 건강해져서 10분은 내 수명보다 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내 맘대로 추정해 본다.
여보,
혼자와서 미안하고,
다음엔 같이 옵시다. 새끼들 데리고...